본문바로가기 3.129.69.0
모바일 메뉴 닫기

대학정보

함께 만드는 더 나은 미래

메인으로

언론보도

[엄마의 전성시대] 사무처장 김명현 신부 기고
배부일 : 보도언론 : 작성자 : 비서홍보팀 조회수 : 12572

[3040광장] 엄마의 전성시대
 
 
지난해 여름 학생들과 함께 중국으로 전공연계 해외연수를 다녀왔다. 덕분에 자금성 인근에 있는 중국 현대미술박물관을 방문하였다. 표를 사기 위해 줄을 서 있는데 바로 옆에 유치원생들이 줄지어 서 있었다. 병아리 같은 아이들이 스무 명쯤 줄지어 서 있는데 근처에 젊은 부인들이 아이들을 둘러싸고 있었다.


아이들은 수시로 부인들에게로 다가갔으며, 부인들의 숫자가 아이들의 숫자보다 많았다. 아마도 귀한 아이를 돌보기 위해 어머니와 함께 이모나 고모가 합세한 것이 아닐까? 아하! 이것이 바로 말로만 듣던 중국의 왕자와 공주들이구나.

 

중국에서는 한 가정에 한 아이밖에 가질 수 없는 비윤리적인 법이 있다. 이 법 때문에 중국에서는 친가뿐 아니라 외가의 모든 식구들까지 한 아이에게 관심과 사랑이 퍼부어지고 있다고 한다. 특히 중산층 이상의 가정에서는 어머니가 아이를 밀착보호하며 아이가 필요한 모든 것을 어머니가 제공해 준다. 그러다 보니 아이들은 어머니가 곁에 없으면 아무것도 스스로 할 수 없는 왕자와 공주로 변하고 만다.

 

몇 년 전 수시모집 시기에 어머니가 남학생을 데리고 입시상담을 하기 위하여 연구실로 찾아왔다. 학과의 학사제도, 대학생활, 진로 등에 대하여 열심히 설명하였다. 설명을 하는 동안 학생은 한마디의 질문도 없었다. 그런데 그의 어머니는 아주 세세한 것까지 질문을 하였다.

 

그러면서 집에서 아들과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아들이 내성적이어서 자기표현을 잘 못하기에 자신이 질문을 한다고 했다. 그러나 어머니가 모든 것을 알아서 질문을 해주기 때문에 아들이 질문을 할 이유가 없었던 것은 아닐까?

 

작년 입학식을 앞두고 신입생을 모아서 대학생활에 관한 오리엔테이션을 가졌다. 이때 가장 중요한 것이 신입생들을 모아놓고 수강신청 지도를 하는 것이다. 호기심에 가득 찬 여린 눈을 가진 새내기들이 잔뜩 모여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웬걸 늦깎이 대학생(?)들이 제법 눈에 띄었다.

 

이 늦깎이 대학생들은 모두 여학생이었고, 수강신청에 대한 설명이 끝난 후 각종 질문을 하는 것은 이들의 몫이었다. 그리고 그녀들 옆에는 그녀를 빼닮은 어린 학생들이 앉아 있었다. 이들은 어머니와 자녀들이며, 어머니가 자녀의 수강신청을 돕기 위하여 학교에 온 것이다. 지극히 자상한 어머니들이다.

 

학교에 있다 보니 학생들과 진로와 관련해 이야기를 나누는 경우가 자주 있다. 학생들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어떤 결정을 학생에게 요구하면 많은 경우에 "어머니에게 물어보고 답하면 안 되겠습니까?"라고 말한다. 자신이 생각하고 결단을 내리고 책임을 져야하는 나이인데도 불구하고 이런 답을 하는 학생들을 보고 있노라면 답답하기 그지없다.

 

이들에게서 젊은이의 패기나 용기는 찾아볼 수 없고 오직 어머니에게 매여 있는 나약하기 그지없는 모습이 한심할 뿐이다. 왜 이렇게 어머니에게 매여있는 학생들이 많은가? 아마 저출산과 밀접한 관련이 있을 게다.

 

요즈음 대부분의 가정에 자녀는 하나 아니면 둘뿐이다. 자녀수가 적으니 부모의 자녀에 대한 기대가 높고 또 자녀에게 모든 것을 투자하고 있다. 특히 중산층 이상의 가정에서 어머니들은 자녀에 집착하여 자녀를 키우는 것이 아니라 자녀를 자신이 원하는 모습으로 만들어가고 있다.

 

자녀를 '키우는' 어머니는 자녀의 성격과 능력을 존중하고 그에 맞게 성장하도록 돕지만, 자녀를 '만드는' 어머니는 자신의 생각에 따라 틀을 정하고 정해진 목표를 향해 자녀를 다듬어간다. 그래서 어머니는 자녀 곁에서 떠날 수 없고, 아이들이 스스로 해야 할 일까지도 어머니가 직접 해준다.

 

이렇게 됨으로써 아이에게 어머니는 전능한 분이 되고 모든 것을 어머니가 결정하는 '엄마의 전성시대'를 누리게 된다. 자녀를 '만드는' 어머니는 자녀의 장래를 위해 많은 것을 해주는 것으로 생각하지만, 사실은 착각이다.

 

왜냐하면 자녀들은 결코 부모가 마음대로 빚어 만들 수 있는 흙덩어리가 아니라 지성과 의지를 지닌 인격체이기 때문이다. 인격체인 자녀가 자신의 생각을 갖고 스스로 판단하여 행동할 때 진정으로 성숙한 인간이 된다. 자녀를 진정으로 사랑한다면 어머니들이여, 제발 '엄마의 전성시대'의 막을 과감히 내리시길…

 

 

김명현(신부·가톨릭대 사무처장)

 

 

 

[보도기사 바로보기]

 

☞ 매일신문

http://www.imaeil.com/sub_news/sub_news_view.php?news_id=15190&yy=2007

최상단 이동 버튼